이해관계인 전원 동의 없이도 계약해지 가능

[애플경제=이해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투자회사와 은행, 상호저축은행 등이 운영하고 있는 불공정약관에 대해 시정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금융투자회사 및 은행·상호저축은행에서 사용하는 약관을 심사해 13개 유형(금융투자 2개, 은행 9개, 상호저축은행 2개)의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공정위에 금융투자약관 294개, 은행 약관 604개, 상호저축은행 약관 35개 등에 대한 약관 심사를 요청한 바 있다.

공정위는 우선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행을 위한 토지신탁계약서에 토지소유자인 위탁자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이해관계인 전원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는 금융투자회사의 약관조항에 대한 변경을 요청했다.

주택개발사업의 경우 이해관계인이 다수이고 약관조항에서 규정하는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협다고 판단했다. 이해관계인 전원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계약해지를 불가능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고객의 해제·해지권을 제한하는 약관법 제9조 위반이라고 봤다.

아울러 정비사업 신탁해지의 원인으로 규정된 '경제사정의 변화 등 기타 상당한 사유'도 그 범위가 매우 넓고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약관법 제6조 위반으로 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등이 운영하는 약관에 대해서는 우선 약관변경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약관 변경 시 변경 1개월 전에 영업점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는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해당 내용을 통지하는 절차 등이 명시되지 않은 불리한 조항이기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외상수출거래에서 발생한 수출채권을 수출기업으로부터 매입하는 수출팩토링의 경우 고객이 특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그럴 우려가 발생하면 매입대금에 대한 상환의무를 지고 바로 변제하도록 한 약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만기 전이라도 대금을 모두 변제해야 하는 기한이익(법률행위에 기한이 붙음으로써 당사자가 얻는 이익)상실의 경우 그 사유를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FX(외환) 딜링 거래 시 '은행에 대한 기타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에도 거래를 제한하는 약관의 경우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사유로 통지도 없이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고객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은행의 고의나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제외하는 조항 ▲통지 없이 발생 즉시 기한이익의 상실을 규정한 조항 ▲약관 변경에 대한 고객의 이의제기를 서면만 가능하도록 한 조항 ▲고객의 비밀을 정단한 이유 없이 누설하도록 한 조항 등도 문제가 있다며 시정을 요청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요청 대상 약관조항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항도 시정을 함께 요청했다"라며 "불공정약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