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테스크포스 구성…4개 증권사 대상 실명제 시행 이전 계좌 원장 검사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금융감독원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확인을 위한 테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실명제 시행 이전 계좌 내역을 찾기 위한 검사에 착수한다.

금융감독원은 19일부터 2주간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27개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4개 증권회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는 지난 2008년 진행된 삼성 특검에서 1천여개가 발견됐고, 임직원 명의 등으로 개설된 이러한 차명계좌에는 주식 및 현금 4조 5천억원이 숨겨져 있었다.

당시 이 회장은 해당 재산이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했으며, 특검은 이를 받아들였다. 상속재산으로 인정되면 상속세 납부 여부와 실명제 여부만 수사 범위가 된다. 이 회장의 경우 이미 시효가 지난 상속세 납부 여부는 제외되면서 실질적으로는 실명제 여부만 수사 대상이 되어 면죄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대부분이 실명전환 되지 않고 과징금이나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4조 4천억원 가량 출금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0월 16일 진행된 금융위 국감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삼성이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으로 특혜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09년 있었던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명의인이 실명으로 했다면 그 실소유주가 누구이던 간에 실명거래로 본다는 게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삼성계좌 중에 대부분이 실명제 이후에 개설되었거나 또는 실명제이전에 개설된 것이라 하더라도 허무명 가명이 아닌 실명이기 때문에 실명전환 대상이 되지 않고, 실명법 이후에 된 것은 과징금 대상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금융위의 해석과 달리 법제처는 지난 12일 이 회장의 27개 차명계좌에 대해 실명제 이후 실제 계좌 주인이 밝혀진 차명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확한 과징금 부과를 위해서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1993년 8월 12일 이전에 개설된 27개 계좌의 실명제 시행 이전 금융자산 금액 내역이 필요하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실시한 점검에서 과징금 부과대상 27개 계좌가 개설된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가 해당 계좌의 원장 등 관련 자료를 이미 폐기했다는 확인을 받았다. 계좌 원장의 상법상 보관의무는 10년이다.

증권사가 폐기했다고 보고한 계좌 원장을 찾기 위해 구성된 테스크포스는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을 단장으로 하며, 자금세탁방지실장, 금융투자검사국장, IT핀테크전략국장 등을 비롯한 검사1반, 검사2반으로 이뤄졌다.

금감원은 이번 테스크포스를 통해 4개 증권회사에 대해 거래명세 및 잔고 등을 재차 확인할 방침이다. 19일부터 오는 3월 2일까지 2주간 검사를 실시하고 필요하다면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테스크포스는 실명제 관련 검사업무와 IT 검사를 지원하는 전문인력을 배치한 총 2개 검사반이 4개 증권사를 동시에 검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번 검사의 핵심은 IT 전문인력의 배치로 증권사가 폐기했다고 보고한 자료의 실제 폐기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또 폐기됐다면 이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가장 주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차명계좌를 철저히 확인함으로써 과징금이 적절히 부과되는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법제처 유권해석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유관기관과 적극 협력해 투명하고 공정한 금융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지난 계좌 원장 복원에 대한 이번 검사가 '보여주기식'에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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