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계, 사회적 책임 실천 및 신뢰 회복 위해 노력해야

- 다각도 금융지원 협약식 체결… 그러나 실질적 기업대출 줄어

- 기업 일자리 창출 지원… 정작 은행권은 채용비리로 채용 ‘얼음’

▲ /사진=유현숙 기자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 분야 핵심과제로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적 금융’은 일자리 창출, 창업 활성화, 신산업 육성 등 궁극적인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과 같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생산적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 취임과 함께 줄곧 정책금융 기조를 일자리 중심으로 개편하고, 금융업계도 새로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올해 은행권도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과 협약을 체결하는 등 다각도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20일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복지국가 청년네트워크 등과 ‘사회적 가치 확산 및 일자리 창출 공동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일자리 지원 대상기업에 보증·대출·투자 등 금융연계 지원에 나서기로 했으며, 지난 2월에도 기술보증기금과 ‘기술중소기업의 일자리안정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해 일자리 안정자금 수혜기업에 대해 1,000억원 규모의 우대보증 등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지난 19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중소기업 매출채권보험 관련 금융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마케팅을 통해 매출채권보험 홍보와 가입을 활성화해 중소기업의 안정적 경영환경 구축과 일자리창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은행은 지난달 19일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상호 추천한 기업을 대상으로 무역보험료 지원 및 금리·수수료 우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소·중견기업 수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신한은행도 신용보증기금과 지난달 30일부터 ‘일자리 창출 및 혁신성장 금융지원 협약’을 맺고 고용실적이 우수하거나 일자리창출 효과가 높은 기업, 신성장 공동기준 275개 품목에 해당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협약보증을 실시한다. 신한은행은 신보에 100억원을 출연하고 신보는 이를 통해 총 7,900억원의 신용보증을 지원한다.

NH농협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3월 16일 ‘일자리창출과 혁신성장 지원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일자리창출기업, 혁신성장분야기업, 사회적기업 및 소셜벤처기업, 우수아이디어 창업기업, 기후기술기업, 연대보증면제기업 등을 대상으로 협약보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이 40억원을 출연하고 기보는 이를 재원으로 3,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올해 2월 기술보증기금과 ‘일자리창출 및 혁신성장 지원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술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NH농협은행과 마찬가지로 일자리창출 효과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협약보증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국민은행은 기술보증기금에 130억원을 특별출연하고, 기보는 이를 담보로 총 9,2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한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이에 앞선 지난 1월 신용보증기금에 220억원을 특별출연해 총 1조 5,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의 ‘혁신성장 견인 및 일자리 창출 금융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금융지원 강화에 올해 가장 먼저 앞장섰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4일 하나카드, 한국외국기업협회와 우량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으로 외국인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하나은행은 지난달 22일 ‘생산적 금융’ 지원의 일환으로 오는 2020년까지 ▲스타트업 등 중소 벤처기업 투자 확대(6,000억원 이상 투자) ▲우수 기술·유망 중소기업 대상 기술금융 활성화(9조원 지원) ▲신성장 기업 및 4차 산업 선도 기업 육성(4조원 지원) ▲창업·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1조 5,000억원 지원) 등 4가지 분야에 총 15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시중은행 외에 지방은행도 소상공인·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위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BNK경남은행은 24일 신용보증기금과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및 혁신성장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정부포상으로 ‘일자리 창출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전북은행은 4일 전북신용보증재단에 지역 일자리 안정을 위해 10억원을 특별출연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은행권이 일제히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협약 등을 체결하며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데에 힘을 보태고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은행권에 대해 눈에 보이는 성과만 부각 시키고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에는 미진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금융지원을 약속하며 체결된 무수한 협약들이 무색하게 ‘생산적 금융’의 중심인 기업대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 자료를 공개하고 “은행들이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자금공급 확대를 통해 우리 결제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를 기대했으나 현실을 보면 은행들은 오히려 갈수록 기업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 등 손쉬운 대출을 확대하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총대출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말 48.8%에서 2013년말 49.5%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17년말 46.7%까지 떨어졌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기업부문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이 약화되기 시작한 것이 2014년 이후 기업구조조정 본격화, 가계대출 규제완화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 등 안전자산 위주로 여신정책 방향을 바꿨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금감원은 “모든 은행들이 ‘주담대 확대, 비생산적 기업대출 확대, 신용대출 축소’ 등 유사한 여신정책·전략을 추구하면서 생산적 자금 공급 역할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은행에 대해서는 “저금리 기조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가계·담보대출, 부동산 위주의 자영업대출 등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으며, “향후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사항의 적극적인 이행과 은행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시중은행들은 채용 관련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은행업계가 의혹을 받고 있는 채용비리는 전·현직 임원 자녀 특혜 채용, 인사 청탁자 채용, 여성 성차별 채용 등 은행별 행태도 다양하다.

속속 드러나는 채용비리 여파로 정작 은행업계는 일자리 창출은커녕 오히려 채용 규모가 줄어든 모양새다.

현재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 등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조사기간을 연장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대형 시중은행 대부분이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셈이다.

채용비리가 불거지면서 올해 상반기 은행권 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국내 주요 은행 중 상반기 정규직 공채 모집에 나선 곳은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Sh수협은행 등 4곳이다. 현재까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상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

채용 규모가 줄어들어 애꿎은 취업준비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이번 채용비리 수사를 기점으로 채용 절차와 과정을 점검하고,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은행업계의 채용비리와 성차별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은행의 여성노동자 비율은 40%이며, 이 중 관리직 여성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은행연합회를 방문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SC제일, 한국씨티, 산업, IBK기업, 부산은행 행장·부행장 등 10개 은행 수장과 만난 자리에서 승진과 채용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장관은 “승진은 물론 채용과정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은 참석한 행장·부행장과 노동시간 단축, 청년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김영주 장관은 “은행들이 조속히 노동시간 단축을 현장에 안착시켜 다른 업종에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노동시간 단축이 더 많은 청년들이 금융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일자리 창출 노력을 당부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했다./사진=금융위원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고객이 맡긴 돈을 가지고 영업을 하는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금융산업 성장의 혜택이 국민과 기업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수익을 많이 내고 성장한다 해도 박수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금융 본연의 자금중개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금융권 자본규제를 개편하는 한편, 담보가 없어도 기술력 등 미래가치에 따라 자금지원이 가능하도록 금융시스템도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과 함께 은행권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진정으로 발맞춰 가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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