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상법 개정안 의견서 제출…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감사위원 분리선출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정부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최근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핵심내용인 상법 일부개정안 검토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법무부가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이번에 의무화를 추진하는 ‘집중투표제’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상법이 개정되면 주주는 1주당 1표씩 행사할 수 있는 현행 제도와 달리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표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출 투표시 후보가 A이사, B이사로 2명이라면 20주를 갖고 있는 주주는 총 40표를 행사할 수 있다. 주주는 의사에 따라 A이사 혹은 B이사 한 명에게 표를 집중해 몰아줄 수 있으며, 분산해 투표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집중투표제를 활용한 전략적인 투표를 통해 이사 선임에 있어서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사를 선출하거나 경영진과 밀착된 이사 선임을 방지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소액주주들의 권리 강화와 대주주에 대한 견제 및 경영권 남용을 방지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재계는 해외 투기자본이 이를 악용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이 다른 투자자들과 특정 이사 후보에 전략적으로 집중 투표해 기업 경영을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현대차그룹과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계 벌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정부 정책을 이용해 말을 얹으면서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간섭’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쳐 아이러니하게도 재계의 주장에 힘이 실린 형국이 됐다.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소액주주들의 권리 보호와 대주주 견제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기업 경영권 노출 및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 등 부정적인 면을 두고 엇갈리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함께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도 다시 추진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의 위법·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모회사 주식을 0.1% 이상 가진 주주는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법무부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출을 별도 안건으로 처리하고 기존 이사 선임과 분리해서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3년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제도가 추진됐으나 당시 재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법무부의 의견서 제출로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가운데 이번에도 재계는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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